기대에서 벗어나지 않는 만듦새다. 늘 이어오던 댄서블한 리듬감과 절제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곡의 구성이 이번에도 적절히 합을 맞췄다. 다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되어서인지 앨범 단위의 단단함보다는 곡 단위의 매끄러움이 더 완숙하다. 초반에는 일렉트로니카를 중심으로 후반부에는 실제 악기를 곡조에 쌓아 다듬는 구성을 선보이는데 이 같은 흐름을 제외한 음반 전체의 호흡은 사실 부족하다.
그럼에도 즐거움은 한결같은 곡의 탄탄함만으로 충분하다. 소리를 많이 겹치지 않고 미니멀한 전자음으로 맛을 살린 ‘Lemon spark’, 쉽고 매력적인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가 돋보이는 ‘Paradise lost’. 단조로운 피아노로 시작해 악기가 하나 둘 쌓이며 파괴적인 사운드 스케이프를 그려내는 ‘Parallel universe’까지. 음반에는 그야말로 들을 거리가 풍년이다.
무엇 하나 튀는 것이 없다. 보컬도 자연스레 녹아들고 곡에 담긴 사운드나 장르 또한 집중하지 않으면 그 색이 잘 안 읽힌다. 아니 그보다 흥겨운 리듬감과 중독적인 분위기에 그것들을 읽을 겨를이 없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조명 받아야 할 밴드. 자생하는 인디신의 고품질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외면받는 장르를 위한 시선과 기회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수록곡-
1. Maybe I
2. Dark and light
3. Lemon spark
4. Bring me back to you
5. Battle wings
6. 백색소음 White noise
7. Paradise lost
8. Parallel universe
9. Like a waterfall in the sky
10. Rage is not enoug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