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 Magazine] Who Are You (2012.12.1)
Love X Stereo
우리가 생각하는 펑크록 밴드란 무엇일까? 높게 새운 헤어스타일에 징 박힌 재킷을 입고 주류와의 타협을 씹어먹는 반항아들? 일반적인 펑크록이 쓰디쓴 스트레이트 위스키라면 러브엑스테레오의 펑크록은 달콤한 예거밤에 가깝다. 그들이 제안하는 펑크록의 새로운 대안이 여기 있다.
Editor 서재석 Photographer 이기태
자욱한 담배 연기 사이로 보이는 과격한 모싱핏, 땀에 찌든 채 보컬의 선창을 울부짖으며 따라 부르는 사내들. 펑크록 공연장의 단상은 이렇다. 하지만 러브엑스테레오의 공연장은 다르다. 과격함보다는 유연함이, 끈끈함보다는 달달함이 있다.
물론 그들이 품고 있는 정신은 펑크록 밴드의 그것이지만. 1세대 펑크록 밴드 18크럭을 거쳐 팝 펑크록 밴드 스크류 어택으로 활동하던 토비(기타)는 2011년 드러머 이응균이 밴드를 떠나자 나머지 멤버들(보컬 애니, 베이스 솔)과 함께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에 도달했다.
그렇게 해서 잉태된 피조물은 타투처럼 몸에 새겨진 익숙한 펑크를 뿌리에 두고, 일렉트로닉, 그런지, 거기에 90년대 팝까지 더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었다.얼터너티브 펑크, 일렉트로닉 펑크 등 기존 장르의 조합으로는 정확한 표현이 되지 않아 인디 록의 범주에 넣어야만 하는 낯설지만 유쾌한 장르. “우리는 스스로를 펑크록 밴드라고 생각해요. 그간 해왔던 음악도 펑크 록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의 기본도 펑크 록이죠.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요.”
펑크 순혈주의를 조금이나마 내려놓아서일까? 밴드는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2012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아소비 섹수 내한 공연, The KDMS 내한 공연 등을 통해 대중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반비례하게도 음악적 욕심은 더욱 묵직해져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하기에 이르렀고, 2012년 1월에는 데모 앨범 <BUZZIN’>을, 같은 해 10월에는 EP <OFF THE GRID>를 내놓았다. 두 앨범 모두 레코딩, 믹싱, 프로듀싱, 앨범 커버 아트워크까지 멤버 전원이 맡아 제작했다. 열혈 펑크 키즈 시절보다 오히려 굳건해진 DIY 정신은 그들의 EP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기타, 베이스, 드럼은 물론 신시사이저와 퍼커션, 시퀀서, 마라카스, 심지어 손뼉 소리까지. 그들의 손이 닿지 않은 순간은 전체 러닝 타임 20여 분 중 단 1초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크류 어택으로 레이블에 소속되어 있을 때,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던 시간이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열정이 사라지는 것 같았어요. 훗날 일은 모르겠지만, 지금은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현 시스템을 지키려고 해요.” 러브엑스테레오는 요란한 가죽 재킷과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고수하지 않는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그저 펑크록 밴드의 진정한 의미인 DIY 정신이다. 사상에 가까운 그 정신은 레이블에 속한 기존 펑크록 밴드들과의 극명한 차이점이자 러브엑스테레오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LOVE X STEREO — <OFF THE GRID>
EP <Off The Grid>는 전작 <BUZZIN’>과 마찬가지로 작곡, 작사, 편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믹싱까지 러브엑스테레오 멤버들이 맡아 제작했다. 러브엑스테레오가 서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담긴 ‘Soul City (Seoul City)’를 필두로 총 3곡이 담겨 있다.